4월이 되어서야 작년을 회고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2021년은 특히 다사다난 했던 해였어서 늦게나마 적어보려고 합니다.
번아웃을 겪기도 했고 첫 이직이자 두 번의 이직을 겪기도 했습니다.
1. 첫 직장
첫 직장인 넥슨은 저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은 곳이었습니다.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고,
10년차가 넘어서도 누구보다 노력하는 리더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고요.
게임 회사의 데이터 분석 본부에서, 어느 팀보다도 사업/운영/개발팀들과 가깝게 일해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으며
많은 게임의 데이터들을 접해보고, 고민하고, 분석하며 데이터 분석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너무나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방향성은 데이터 분석가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작년 초부터, 프로덕트 분석가와 데이터 엔지니어의 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의 저에게는 기능 조직으로서의 데이터 분석가가 프로덕트 분석가만큼 일의 호흡이 빠르지도 않을 것 같고,
데이터 엔지니어만큼 기술 측면으로 접근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일을 하다보니 즐거웠던 업무가 힘들어졌고,
퇴근을 하면 지치니까 일상 생활에서의 의욕도 같이 떨어지면서 번아웃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2. 첫 이직
첫 이직은 일의 호흡이 상당히 빠르기로 유명한 회사의 프로덕트 분석가였습니다.
사일로라는 목적 조직의 형태로 일을 하고, PO의 옆에서 프로덕트 분석가로서 서비스의 방향성을 데이터로 드리븐해볼 수 있는 기회였죠.
좋은 회사였고, 저는 아직도 모든 앱 중에 토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UX 측면에서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고, 고객 입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이었습니다.
1. 좋아하는 앱의 서비스를 만들어 볼 기회
2. 주니어로서 받기 쉽지 않은 연봉과 스톡옵션
3. 프로덕트 분석가로 성장할 기회
4. 상상 이상의 복지
떠나지 않을 이유는 너무나 많았지만 결국 입사 1개월 만에 떠났습니다.
겪어보니 제가 생각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생각보다 기술 도메인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자잘한 이유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수 많은 핑곗거리를 만들었지만, 결국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입사 1개월 만에 또 다시 이직을 했습니다.
3. 두 번째 이직
다시 이직을 한 곳은 카카오 내 신설된 목적 조직의 데이터 분석가 포지션이었습니다.
'데이터가 일을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데이터 기반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이었고,
그 중에서도 입사 직전에 생긴 파트의 일원으로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결론적으로 현재는 상당히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팀 빌딩 단계의 조직이다보니 데이터 분석, 모델링, 개발, MLOps, 채용 등 상당히 다양한 영역을 조금씩 접해보고 있습니다.
명확한 포지션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필요한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하는 느낌으로요.
파트의 분석 환경이 없다 싶으면 장비 구매 신청해서 도커와 쿠버네티스로 분석 환경을 구축하기도 하고
개발 협업 과정에서 소통이 잘 안 되서 깃허브 PR 룰을 만들기도 하고, PR 시 매번 코드를 디테일하게 챙기기 어려워서 코드를 자동 검사할 수 있도록 젠킨스 서버를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특정 기능/함수가 자주 사용된다 싶으면 라이브러리를 개발하기도 하고, 매번 다른 환경에 설치하기 불편해서 pypi 서버를 올려 패키지를 관리하기도 했고요.
어제는 중요한 비밀번호를 너무 막 관리하는 것 같아서 Vault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암호화/복호화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의 제 포지션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동료들과는 "우리 포지션 말할 때 하고 있는 업무들을 룰렛 돌려서 말하자" 라고 농담하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지금 일하는게 다시 재밌어졌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부족합니다.. 와서 같이 일해요 :(
'나의 이야기 > 회사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사 생활] 1년 8개월이 지나서 (2) | 2021.01.24 |
---|---|
[회사 생활] #1 신입의 2개월 게임 회사 적응기 (0) | 2019.08.12 |